지금은 저런 모습이 됐지만 언데드도 원래는 인테르디카의 주민이었을 겁니다.

어떤 이유에선지 되살아나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위협적인 존재로 변했지만 말입니다.

아마 언데드들도 이렇게 고통스럽게 되살아나기를 바라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 좀 이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메데우스 장원 서부에 있는 폐가에 웬 언데드 하나가 나타나서 무슨 말인가를 한다고 하더군요.

본 사람은 많지만 아무래도 언데드다 보니 두려워서 아무도 가까이 가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username] 님이 좀 가셔서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 주시겠습니까?

사람들을 공격하지 않고 무슨 말을 한다니 분명 뭔가 원하는 게 있을 겁니다.

그걸 들어주면 처치하지 않고도 언데드를 없앨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메데우스 장원 서부로 가서 Kacias라는 언데드를 찾아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고 해결해 주십시오.

제가 죽음을 맞은 건 크랄 놈들과 전쟁이 벌어졌을 때입니다.

메데우스 장원 주변의 상황이 점점 위태로워져서 영주님께서는 요새에 가디언을 보내 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지요.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회답을 받지 못했고, 결국은 크랄이 쳐들어와서 모든 사람이 죽음을 맞았습니다.

대항을 하려고 했지만 평생 농사만 짓던 사람들에게는 역부족이었죠.

그렇게 죽음을 맞았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깨어 보니 이런 모습으로 변했더군요.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장원에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도 같은 신세가 됐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건 아직도 살아 있을 때의 기억과 명령에 지배를 받는다는 겁니다.

살아 있을 때 전 장원의 집사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다시 깨어난 후에도 계속 영주님을 보살피고 하인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렸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장원의 하녀나 몰이꾼, 소작농도 생전에 하던 일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미 죽은 몸인데도 안식을 찾지 못하다니... 그들이 영원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username] 님이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전 살아 있는 몸이 아니라 그들을 도울 수가 없습니다.

장원의 자경꾼이던 Kalkas와 몰이꾼 Mempion, 하녀였던 Spina, 소작농인 Ladon을 찾아가 주십시오.

그들에게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미 죽은 몸이니 평안한 안식을 찾으라고 말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의 유골을 받아와 주시겠습니까? 유골이라도 편안한 곳에 쉬게 해 주고 싶습니다.

장원 안팎에 이상한 놈들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저놈들을 모두 처리하고 장원을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자경꾼 동료들이 어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저 혼자선 다 처리할 수 없는데...

네? 무슨 말이십니까? 제가 죽었다고요?

그럴 리가...

(한참 침묵하다가) 어쩐지 제 손이 이상해 보인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눈만 감으면 크랄이 칼을 휘두르는 장면이 보이기도 했고요.

크랄이 침입했을 때... 저도 죽은 거로군요.

그렇게 허망하게 크랄의 손에 죽다니...

결국 가디언이 도우러 오지 않은 거로군요.

데바의 소명은 인간을 지키는 거라고 하더니 정작 필요할 때 우리를 외면하다니!

하긴 이미 죽은 마당에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카시야스 집사의 말대로 이젠 쉬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만 오드의 흐름 속으로 돌아가야지요.

포구스들이 이상해졌습니다. 사람을 마구 공격하는 데다 이상하게 뼈가 보여요.

아무리 봐도 포구스가 아닌 것 같아요.

제일 이상한 건 제 말을 전혀 안 듣는다는 겁니다.

상한 사료라도 먹었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데바님과 이렇게 말도 주고받고 있는데 제가 죽었다고요?

그럼 제가 언데드라도 됐다는 소리입니까?

분명히 크랄들이 쳐들어온다고 해서 제가 포구스들을 데리고...

죽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닫게 되니 너무 혼란스럽군요.

언데드로 변했다는 사실을 슬퍼해야 할지 아니면 더 이상 포구스를 돌보지 않아도 되니 기뻐해야 할지...

이미 죽었으니 그런 걸 따져 봐야 다 부질없는 일이죠.

카시야스 님의 말대로 이제 그만 오드의 흐름으로 돌아갈까 봐요.

청소를 하고 돌아서면 집이 다시 더러워져 있어요. 그리고 가구는 다 어디로 간 거죠?

집이 이 모양인 걸 아시면 카시야스 집사님이 꾸지람을 하실 거예요.

얼른 다시 치워야 하는데 빗자루가 어디 갔지?

네? 무슨 말씀이세요?

(혼란스러워하며) 제가 죽었다는 말인가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절대 그럴 리가 없어요.

병이 걸리거나 아프지도 않았는데 죽을 이유가 없잖아요.

게다가 지금도 이렇게 일을 하고 있잖아요. 죽었다면 제가 왜 계속 일을 하고 있겠어요.

제가 크랄에게 죽었다고요? 크랄이 쳐들어온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그 후는 기억이 없는데...

그런데 죽었다면 왜 언데드로 되살아난 거죠? 도대체 왜...

(고개를 흔들며)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이런 모습으로 아트레이아를 떠돌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뿐이에요.

밴시가 되어 살고 싶지는 않아요...

열심히 씨를 뿌리고 밭을 갈아도 도무지 싹이 나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농작물이 자랄까요?

이대로라면 가을에 추수할 게 아무것도 없겠어요. 그럼 소작료도 못 낼 텐데...

메데우스 님이 내년까지 기다려 주시긴 하겠지만 빚이 있으면 점점 살기 힘들어질 텐데...

네? 제가 죽었다고요? 게다가 언데드가 됐단 말입니까?

그게 정말입니까? 진짜로 죽어서 언데드가 됐다는 겁니까?

...

이상하게도 크랄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은 했었어요. 얼마 전까지 크랄이 쳐들어온다고 해서 장원이 온통 난리였는데...

오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와서 장원 사람들을 모조리 처치한 거로군요.

그러고 보니 요즘 잠을 잔 기억도 뭘 먹은 기억도 없어요. 그저 빨리 씨를 뿌려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죠.

그게 다 언데드가 됐기 때문이었군요.

죽고 나니 좋은 점이 있긴 있군요. 소작료를 낼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니 힘들고 괴롭게 농사를 지을 필요도 없고요!

그렇다면 더 이상 이 세상에 있을 필요도 없겠군요. 그만 오드의 흐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돌아오셨군요.

장원의 하인과 소작농에게 이제 그만 쉬라는 말을 전하셨습니까?

자신이 죽었다는 걸 깨닫던가요?

망인의 유골함을 묘지에 잘 안치하셨습니까?

그들이 영원한 안식을 찾는 것 같던가요?

말씀은 고맙지만 아직도 안식을 얻지 못하고 떠도는 일꾼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모두 찾아서 오드의 흐름 속으로 돌려보내기 전에 제가 먼저 쉴 수는 없습니다.

부탁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그 언데드가 뭐라고 하던가요?

언데드를 처치하지 않고 없앨 방법은 알아내셨습니까?

그렇군요. 그들도 자신이 언데드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말씀이죠?

처치하지 않고 없앨 방법을 찾아내기는 어렵겠군요.

알겠습니다.

네 명의 언데드라도 완전히 사라진 걸 다행으로 여겨야겠습니다.

테시아는 메데우스 장원 동부에 이상한 언데드가 있다며 가서 자세한 상황을 알아보라고 했다.

그곳으로 갔더니 생전에 메데우스 장원의 집사였던 카시야스가 언데드가 돼서도 장원의 일을 계속 하고 있는 이들에게 안식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장원의 일꾼이었던 언데드 넷을 만나서 카시야스의 말을 전하고 그들의 유골을 얻었다. 그리고 카시야스의 부탁대로 모아온 유골을 망인의 유골함에 담고 묘지에 안치해 영원한 안식을 찾게 해 주었다.